눈물의 레이스였습니다.
글쓴이 : 양전국 ()
      조회 : 882회       작성일 : 2002-10-28 11:37  
정말로 눈물의 레이스였습니다. 부상을 참아내며 이를 악다물고
달렸습니다. 인간한계 42.195를 완주했습니다.4시간26분8초 경이적인 기록
(?)으로, 내년 서울동아대회 출전권도 덤으로 획득하고, 46년을 헤메이고
돌고돌아 처음으로 풀마라토너로 등록한 생애 최고의 완주기록입니다. 악몽
같은 부상을 극복하고 이겨낸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대견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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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절망이었습니다. 앞이 캄캄하고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일요일 호텔창가에서 바라본 경주엑스포광장 대회장의 날씨는 너무나 화창
하고 달리기에는 최고의 날씨 같았습니다.
룸메이트인 이동호 부회장님, 양순종님은 출전준비에 부산하건만 저는 부어
오른 발목걱정에 출전할까 말까를 고민해야 하니 정말로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이럴 것 같았으면 차라리 경주에 오지나말걸, 목발을 집고라도 달려야 한다
는 문명원 차장님의 지나가는 말이 뇌리를 스치고, 한편 원망스럽기도 하였
습니다.
토요일 저녁 호텔에 도착하여 저녁를 먹고 난 후에도 식당주방에 가서
얼음조각을 가져다가 찜질이나 하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여름내내 왼쪽발목과 장딴지 부상으로 훈련을 방해하다가 거의 낫더니,
이번에는 대회 일주일을 앞두고 오른쪽 발목이 부상...
너무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일요일 아침 룸메이트인 동호형과 순종씨는 다음을 위해서 안타까워도
쉬는게 어떠냐고 위로를 하더군요.
갈등이 심했습니다.
제가 평소에 아끼는 제주마라톤클럽 유니폼을 입었다 벗었다 하다가 이왕
한 번 죽는거 도전해보기로 하고 마음 단단히 다잡았습니다.
아침식사를 마치고 대회장에 가보니 날씨가 예상외로 정말 춥더군요.
다시 탈의실에서 타이즈와 긴팔로 갈아입고 워밍업을 하는데 발목이 너무
아팠습니다.

회장님과 같이 워밍업을 하면서 '달리다 보면 통증이 가라안기도 하니
한 번 뛰어보라'고 격려를 해 주더군요...
죽기아님 까무러치기로 달리기로 했습니다.

10시 정각 드디어 출발총성, 천천히 달렸습니다.
4시간30분 페이스메이커에 바짝 따라 붙어서...
이 사람을 놓치면 죽는다는 비장한 각오로...
절뚝거리며 한 10키로를 달리다 보니 통증이 조금 가라 안더군요.
20키로 지점부터는 페이스를 유지하는데 별 문제 없었습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최면을 걸었습니다.
그러나 마의 30키로 부터 38키로까지 다시 뼈를 깍는 통증이 엄습했습니다.
수능을 앞두고 치열하게 준비하는 우리 큰 딸, 아빠 화이팅을 외치는
둘째 딸, 선물을 사오라고 어리광을 부리는 막내 아들, 완주를 못하면 돌아
오지 말라는 표독스런 마누라, 그외 나의 완주를 지켜보는 많은 사람들을
하나 하나 떠올리며 죽을 힘을 냈습니다.

39키로 지점까지 마중 나와서 화이팅을 외쳐주고 같이 달려준 김옥배 여성
부장님, 임영이님, 40키로지점에서 그렇게 먹고 싶던 쵸코파이, 바나나,
물을 건네주신 고연옥님, 그 덕분에 40키로 지점부터는 초인적인 힘으로 마
지막 남은 한 줌의 에너지까지 전부 태울 수 있었습니다.
전력으로 스퍼트했습니다.
4시간26분8초, 감격스런 기록으로 골인했습니다.
4시간여 뼈를 깎는 고통을 이겨내고 나의 작은 소망을 이루어낸
'눈물의 레이스'였습니다.

마지막까지 정말로 추운 날씨임에도 저를 기다려준 제마클 회원님 여러분!
정말로 고맙습니다.

동아일보 2002경주오픈마라톤대회를 마치고, 양전국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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