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문화
우린 왜 이렇게 나눔에 인색할까.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연말에 구세군 의 자선 냄비가 등장하면 나는 부끄러움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다. 난 올 한해 얼마나 나누고 살아 왔던가. 저 종소리를 듣노라니 송구스런 마음에 가슴이 무겁다.
그리고 텅 빈 냄비에 발길도 무겁고, 물론 우리는 친한 사이거나 아는 사이 엔 서로들 잘 나눈다. 정도 많다. 숫제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을 정도다. 문제는 남이다. 모르는 남과의 나눔에서 우린 결정적으로 인색하다.
남 좋은 일 시킬려고? 우리가 남이가? 절 모르고 시주하나?... 남을 위해 뭔가를 해 준다는 건 바보나 하는 짓으로 치부하고 있다. 그만큼 우리에게 남은 너무나 멀고 상관없는 존재다. 남이야 죽던 말던 우리만 좋으면 그 뿐, 전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남은 아예 믿지 못할, 심지어 적 쯤으로 생각한다.
우린 예부터 모르는 남과 함께 살아 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옛날 시골 마을엔 모두가 일가 친척뿐, 낯선 사람이래야 어쩌다 지나는 등짐장수뿐이 다. 혼인을 해도 겨우 등 넘어다. 멀어야 백 리 이내여서 5일장에 가도 모 두가 사돈 팔촌이다. 수 천년을 우린 이렇게 닫힌 사회에서 아는 사람끼리 만 오순도순 친하게 잘 살아왔다.
지금도 그렇게만 살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행인지. 불행인지, 70년 대 이후 산업화, 근대화 물결과 함께 모두들 도시로 몰려 나왔다. 생판 모 르는 사람과 이웃하며 살아야 한다. 도시는 낯선 사람과의 생활이 전부다. 이건 우리가 일찍 경험해 보지 못한 일 , 우리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인사도 않거니와 할 줄도 모른다.
속지나 않을까. 의심부터 하게 되고 아예 적으로 간주, 경계를 해야 할 상 대다. 이런 사이에 무엇을 나눈단 말이냐. 어림없는 소리다.
지금쯤 우리도 도시 생활에 제법 적응이 될 법한데도 아직은 멀었다. 우린 지금도 아는 사람이 없으면 병원에도 못 간다. 어떻게든 연줄을 찾아야 한 다. 낯선 도시 생활에도 아직 끼리끼리, 패거리 의식은 지금도 강하다. 망 국적인 지역 감정이 없어지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거기 비하면 서구 사람 들은 도시형 체질이다.
생판 모르는 남과도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네고 마치 10년 지기나 된 것처 럼 쉽게 친해진다. 낯선 사람들끼리도 장사를 해 먹고 살려니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다. 이들에겐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과의 구별이 없다. 우리가 아 는 사람끼리만 정을 베풀고 떡 한 조각도 나눠 먹듯이 모르는 사람과도 잘 나누는 게 서구 사람이다.
이제 우리도 도시인이다. 세계로 열려 있는 도시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 지 말자. 산골에 우리끼리 숨어살던 시대가 아니다. 이제 열린 마음으로 , 모르는 남과도 작던 크던 함께 나누는 문화가 길러져야한다.
이제 우리 모두는 하나다.
- 이시형 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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