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안전 장치
글쓴이 : 정영철 ()
      조회 : 404회       작성일 : 2003-04-09 08:19  
사랑의 안전 장치


(사랑은 죽음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것인데…
언제까지나 쓸데없는 ‘안전장치’에 매달려야만 하는가?)

The moment you love, you have become afraid:
This person can die, this person can leave,
This person can love somebody else!
(그대가 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대는 곧 불안해지게 된다:
이 사람이 죽을지도 모르고, 떠날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지
도 모르고…)

지금의 이 사랑이 언제 끝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그대는 곧 무
슨 일이든지 강구해야만 된다. 귀중한 사랑일수록 꼭 ‘안전 장치’가 있어
야만 된다고 느끼게 되어 있다. 귀중한 보물일수록 깊히 감추어 두듯이…

그리하여, 인류는 여러 가지의 사회 제도와 전통이라는 것을 만들어 놓게
되었다.
그 안전 장치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가 곧 서류상으로 작성된 ‘약속’ 이
다.
상대방을 묶어 두기 위하여 그대는 곧 서둘러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러한 법적 장치을 이용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유롭게,
그리고 쉽게 떠나지 못하게 굴레를 씌워 놓고,
그 굵다란 올가미 속에서 안전하게 살고 싶어한다.
상대방을 묶어 놓는 올가미가,
자기 자신을 구속하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상대방이 떠나기만 해 봐라! 내가 곧 그를 재판소로 끌고 갈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가 나를 보호할 것이고, 법(法)이 나를 보호할 것이고,
윤리와 전통이 나를 보호해 줄 것이다.

더욱이나 상대방이 떠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하여, 아이들도 낳아야 되고,
재산도 공동 명의로 확실하게 만들어 놓아야 하고,
그리고 매일같이 상대방의 사랑 여부를 탐색 해야만 된다.
사랑의 확인, 사랑의 확인 작업은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별것이 아니다.
그것은 단지 상대방의 심정에 그 어떤 변화가 생겼나? 안 생겼나? 를 탐지
해 보는 것뿐이다. 그러나, 그렇게 끝없이 탐색해야만 하는 것은 사실상 사
랑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마음의 감옥’일 뿐이고, ‘사랑의 부재’일 뿐이다.

상대방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생각’ 이 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하고,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붙들어 매어 놓을까?” 라는 생각이
늘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하고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은 그런 제도 장치 속에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니
다.
그렇다! 그대가 진정으로 그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렇게 사랑하도
록 하여라.

“내일, 우리들 사이에 그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아니다! 아예 내일이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사랑하자!”라고.

바로, 그토록 열열한 현재에 있을 때에만, 따라서 사랑도 그만치 깊어지는
셈이다.
만약 말이다. 100%의 안전 장치-
그러니까 절대로 헤어 질 수조차 없는 안전 장치가 있다면?
그때의 결혼 생활 또는 그런 식의 사랑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것은 보나마나 지옥 중의 상지옥일 것이다.
서로 서로 떠날 수가 없는 관계에서는 그 무슨 짓이나 제멋대로 할 수 있겠
으니…
어디 상대방이 안중(眼中)에 있을 것이며,
상대방의 사정, 상대방의 눈치를 볼 것이 뭐 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만약 말이다.
서로 서로 죽지도 않고 아예 죽음조차 없이 함께 살게 되어 있다면…
그때에도 과연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을 것 같은가?
그렇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예 사랑이란 존재할 수조차 없게 되어 있다.

헤어짐, 끝남, 죽음, 이별 등등이 있기 때문에,
바로 그와 같은 ‘관계의 끝남’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사랑한다는 느낌’이 있을 수 있는 것뿐이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들이여! 절대로 ‘관계의 끝’을 두려워하지 마시
라.
내가 지금 한 말은 “시작이 있으니까… 반드시 끝이 있노니라!”라는,
진부한 이야기가 아니고, 좀더 심오한 뜻이 들어 있는 깊이가 있는 말이
다.

이렇게 생각을 해 보면, 아마도 그대에게 이해가 되려나?
지금 당장 그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고 치자!
그 사람의 죽음이, 그대에게 큰 슬픔을 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야 물론 그대가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고 있지 않은 사람의 죽음에서 그 무슨 큰 슬픔을 느끼게 될까? 안
그래?)
그러나 그 사람의 죽음이 그대에게서 ‘사랑 자체’를 빼앗아 가는 것은 결
코 아니다.
만약 죽은 사람이 그대의 사랑을 빼앗아 간다면?
이미 그곳에 사랑이 없는데… 그 무슨 슬픔을 느낄 수 있겠는가?

그렇다! 죽음조차도 사실상 사랑을 빼앗아 갈 수가 없다.
그대의 사랑은 죽음 조차도 어쩌지 못하는 것인데…
왜? 그까짓 ‘관계의 끝’을 두려워 하면서…
언제까지나 쓸데없는 ‘안전 장치’에 매달려야만 하는가?
그대가 그토록 중요시 여기는 그 안전 장치는 사랑이 아니다.
그렇다! 장치(Device)는 단지 장치일 뿐이다!
진정한 사랑은 안전장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것이다!

알겠는가?


글/ 이상봉(李相奉.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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