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타이밍
박사 논문을 쓰며 힘든 5년을 보낸 뒤, 나는 이제는 구술 시험준비를 하 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구술 시험 위원회는 캘리포니아에서 열릴 예정이었고, 나는 미네아폴리스 를 경유하는 비행기 일정을 잡았다. 그곳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캘리포니 아의 존웨인 공항에 도착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내가 탄 비행기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나는 캘리포니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곧바로 단거리 선수처럼 전속력으로 달려가야만 했다. 비행장의 중앙 로비는 승객들이 거의 다 빠져나가 썰렁했다. 나는 자동으 로 움직이는 통로에서 숨을 고르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췄다. 그때 힘겹게 가방을 들고 서 있는 오십대 여성이 눈에 띄었다. 왜 그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그녀의 얼굴을 보면서 불쑥 말했 다. "캘리포니아행 567편으로 가는 중이세요?" 그녀가 대답했다. "맞아요" 내가 말했다. "저도 그 비행기를 탑니다. 가방을 주세요. 제가 먼저 앞으로 뛰어가서 승무원에게 당신을 기다리라고 말할게요." 나는 그녀의 가방을 들고 다시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허겁지겁 비행기로 들어간 나는 승무원에게 내 뒤에 승객 한 명이 더 있 으니, 아직 비행기를 출발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의 가방을 든 채 로 내 자리에 앉았고, 잠시 뒤 그녀가 도착했다. 마지막 승객이 비행기에 오르자 문이 닫히고 비행기가 하늘로 솟아올랐 다. 비행기가 수평으로 날기 시작했을 때, 나는 그녀의 자리로 가서 가방 을 돌려 주었다.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했다. 구술 시험장 근처의 호텔에 머물면서 나는 한숨도 잘 수가 없었다. 그리 고 아침 일곱 시에 대학에 도착했다. 논문에 대한 답변을 시작하기 전에 다 른 방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려야만 했다. 회의실로 걸어 들어가, 엄숙한 예복을 입은 교수들을 보자 나는 먼저 겁 부터 났다. 위원회의 교수들 얼굴을 천천히 살펴보는데, 테이블 가운데쯤에서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한 여성의 얼굴이 눈에 띄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면서 여학생처럼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살짝 윙 크를 했다. 지난밤에 내가 가방을 들어 주었던 바로 그 여성이었다.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여교수는 내가 어려운 질문에 말이 막힐 때마다 나 를 곤경에서 구해 주는 큰일을 해주었다.
- 토머스 드 파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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